2011년 지금, TV는 공개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미쳐 있지만 한때 공개 코미디가 방송 3사의 시청률을 책임지던 때가 있었다. KBS ‘개그 콘서트’ 를 시작으로 SBS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 MBC ‘개그야’ 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KBS의 ‘개그 콘서트’ 만이 공개 코미디의 역사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공개 코미디의 몰락은 자연히 각 방송사 개그맨, 개그우먼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고 잘 짜여진 극본과 연기보다는 순발력과 재치를 요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로의 변신을 꾀하며 살아남아야 했다. 하지만 공개 코미디와는 상대적으로 출연자가 적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살아남기란 결코 쉽지 않은 현실이었고 급기야 시청률이 보장되며 ‘예능감’ 있는 아이돌 가수들에게 그 자리마저 빼았기고 말았다. 결국 KBS를 제외한 방송사에서 개그맨, 개그우먼 공채시험은 점점 사라져만 갔고 그만큼 새로운 얼굴들도 찾기 힘들어졌다.
SBS 공채 개그맨 ‘성민’ 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냥 그런 줄 로만 알았다. 2008년 한솔그룹 ‘오디언 방송’ 에서 함께했던 개그맨 식구들 중 한 명 이었던 성민. 당시 ‘오디언 방송’ 에서 나름 시청률을 내주던 [스타와 순위] 란 프로그램에서 성민은 선배 개그맨 이종규와 함께 다부진 입담을 자랑했다. [스타와 순위]를 연출하며 기억나는 성민의 이미지는 밝고 당차면서도 성실한 개그맨으로 기억된다. [스타와 순위] 방송기간 중 하지정맥 수술을 받기도 하고 아버지를 떠나 보내기도 했지만 결코 아픔이나 슬픔을 내색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웃음을 전했던 그였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터질 것이 터졌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몇년 전 성민과 함께 방송할 때도 들었던 이야기였으니까. 무엇이 그를 결심하게 하고 지금 이렇게 입을 열었는지... 그가 다음 아고라에 남겼던 첫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보니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돌아가신 아버지와 곧 태어날 아기에게 부끄러운 아들 부끄러운 아빠가 되기 싫습니다. 한 사람의 꿈을 밟는거... 이렇게 쉬운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밟아도 전 그 꿈을 버리지 않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합니다.. 하지만 열심히 할겁니다.
혼자 싸우기.. 정말 힘드네요... 도와주세요."
성민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선배 개그맨 박모씨. 하지만 성민이 싸우고 있는 것은 단지 그 선배 개그맨 개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 공개 코미디의 몰락으로 방송사들은 뽑아놓은 개그맨, 개그우먼들을 책임질 수 없게 되고 점차 활동 반경이 좁아지는 그들에겐 파벌과 권력이라는 힘 앞에 자신들의 소신과 꿈을 외치는 것은 그저 뭣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어리광이나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
‘세상은 원래 다 그런거야’ 라며 거짓 웃음을 지으며 삶을 훌훌 넘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꾸밈없이 웃으며 진정성 있는 삶을 살기위해 기존의 틀을 깨고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가 다수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자가 결코 혼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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