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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_log

이름 값 하는 드라마 '파스타'

 

2009MBC 드라마 선덕여왕 이 소위 국민 드라마로 등극하며 '비담' 의 안타까운 죽음과 함께 장엄한 막을 내리고 아직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2010년 1월 4 당돌하게 등장한 드라마 [파스타]. 왠지 좀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떨어져 보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를 가장 먼저 씻어 준 것은 바로 두 주인공(이선균, 공효진)의 감칠 맛나는 연기력이었다. 둥글둥글한 성대로부터 터져 나오는 (쉽게 접할 수 었었던) 최현욱(이선균) 셰프의 다혈질적인 몸부림, 또한 서유경(공효진)의 조그마한 얼굴에서는 뿜어져 나오는 너무나 다양한 표정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런 둘이 주위 사람들 눈을 피해 사랑을 만들어나가는 순간순간은 마치 시청자가 몰래 카메라로 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는 듯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다. 특히 10회 방송에서 보여준 이 붕쉐커플의  아이 키스(Eye Kiss) 씬은 시청자인 내 숨소리가 이 순간을 깨버리지 않을까 걱정돼 저절로 숨죽일 정도였으니까. 이 장면을 롱테이크 로 연출한 PD의 센스에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부인인- 전혜진과  연인인 - 류승범 은 이 장면을 보고 질투를 했을까? 아니면 훌륭한 연기에 칭찬을 해 주었을까? 비하인드 스토리가 살짝 궁금하기도 하다.)


이에 더해 점점 성장해가는 알렉스와 아하늬의 연기 그리고 설사장(이성민), 주방막내 최재환(정은수)의 감초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드라마 [파스타] 에는 단지 '눈요기용 파스타' 가 아닌 '행동하는 파스타 가 존재했다. 드라마 중간중간 쉐프로부터 전수되는 파스타 레시피는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전해지며 파스타에 관해 문외한 시청자도 드라마가 끝난 11, 프라이팬을 잡아들고 올리브 오일과 함께 모시조개를 휘저으며 손으로 면을 집고는 빠르게 후루룩~맛을 보게 끔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파스타 전문점에 가면 늘 크림 또는 토마토 소스 파스타만 번갈아 주문했던 나에게 알리오 올리오 란 깔끔하고 담백한 파스타를 즐길 수 있게 해 주었다. 

다시말해 단지 드라마 안에서만 머무르는 감정이나 행동이 아닌 생활 속 우리의 파스타 문화로 파고들어 드라마 [파스타] 처럼 행동하도록 유혹한 것이다

 


또한 요리사의 열정과 직업 정신을 통해 감동과 교훈을 전하는 것 역시 놓치지 않았다
.

 


서유경
: 내 취향, 내 레시피...
그런 거 다 무시하구요. 그냥 그 손님이 해달라는 대로 짜게 해달라면 짜게 해주고 달게 해 달라면 달게 해주고. 이런 순서대로 먹어야 되네뭐 이런 거 말구요. 집 식구 대하듯이 그렇게. 그 시간만큼은 그 손님들을 위한 요리를 할 거에요.



교수
: 네가 감히 셰프의 레시피에 손을 댔어?

서유경 : , 죄송합니다.

교수 : ...아니다. 계속 쭉 그렇게 해. 하느님 혹은 부처님의 레시피라도 맛이 없으면 고쳐!

 

이는 단지 외식업계 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직업정신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부 주방장 금석호(이형철)의 눈빛 연기에 비해 캐릭터나 경쟁구도가 부족했던 점이 그 중 하나다. 또한 최현욱 셰프의 권위적인 태도와 언어 폭력, 계급, 성차별에 대한 비판 역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서유경과 사랑을 만들어 갈수록 변화되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이러한 비판은 다행히 줄어들었다. 최현욱 셰프는 분명 아주 좋은 리더쉽 모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특히 작년부터 거세게 몰아친 파워풀한 여성 리더(스타일, 선덕여왕 등) 캐릭터와 달리 결함이 있는 남자의 카리스마는 인간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3 9일 종영을 앞 두고 있는 드라마 [파스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태리 요리의 고유명사 파스타 그대로 드라마 타이틀을 선정한 것은 어쩌면 무모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이것은 마치 영화 [식객2 : 김치전쟁 편]이 그냥 김치 로 개봉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드라마 [파스타]는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만드는 파스타 요리처럼 좋은 재료들로 조화로운 비율을 통해 잘 만들어 냈다. 그 이름 값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참 다행히도 영화 [식객2 : 김치전쟁] 과는 달리 드라마 [파스타] 는 향후 몇 년 동안 아니, 더 오래도록 우리가 '파스타' 를 즐길 때 마다 계속 회자되며 기억에 남을 대표 요리 드라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