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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_log

허를 찌른 유세윤, 짜릿했던 UV


오랜만에 컴백한 월드스타도, 여신도, 그리고 매스미디어까지 허를 찔려버린 대사건이 발생했다. 그런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쿨하지 못해 미안해라고 외치며 듣도 보도 못한 듣보잡’ [UV] 란 그룹이 바로 이 사건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UV]
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개그맨 유세윤과 무명그룹 [하이사이드] 뮤지가 뭉쳐 만든 남성 듀오다. [UV] 의 뜻은 문자 그대로 자외선 또는 유부남 둘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 두 멤버는 연상의 부인과 결혼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2010 4월의 중반,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순위를 도배한 [UV] 의 급 인기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UV의 뮤직비디오 - 쿨하지 못해 미안해]



1. 디테일이 살아있는 뮤직비디오

'쿨하지 못해 미안해' 뮤직비디오의 화면 색감(일명 땟깔), 앵글, 카메라 무빙, 편집 효과 글씨 폰트 등 만 따지고 보면 매우 러프하고 아마추어스럽다. 그냥 UCC 영상이라고 해도 흠(?)이 없을 만큼…^^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매우 '디테일'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수는 보통 자신의 뮤직비디오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최근 비는 자신의 꿀 복근을, 이효리는 자신의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최대한 부각시켰다. 유세윤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그코드를 뮤직비디오 영상에 직설적으로 담아냈다.

 

유세윤의 개그 스타일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사적 텔링이라기 보다는 그의 삐죽거리는 입에서 상황상황 터지는 엉뚱하고 건방진 언변과 파워풀(?)한 몸개그의 전개법에 가깝다. 즉 파편적인 텔링법이다. 뮤직비디오 역시 1~2초가 멀다 하고 유세윤스러운 엉뚱한 행동과 몸짓이 쉴 새 없이 쪼개져 박혀있다. 이는 유세윤의 개그코드가 아주 디테일하게 녹아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뮤직비디오가 주인공들의 떼죽음, 또는 획일적인 군무 등으로 썩어버린 웅덩이 같았다면 [UV] 뮤직비디오는 이 썩은 웅덩이를 뒤엎을만한 신선한 폭탄이 되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어쩌면 UCC 영상같은 아마추어스러움도 유세윤이 추구한 디테일 중 하나일지도.

 

2. 신선한 가사

앞서 언급했듯이 유세윤만의 엉뚱하고 건방진 언변은 노래의 가사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2010년 유래 없는 폭설로 본의 아니게 스타가 된 박대기 기자' 를 테마로 만든 음악 [박대기 송] 의 가사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압권이다.

 

과연 누가 '박대기 기자' 를 소재로 노랫말을 만들어 음악을 발표할 생각을 했던가?

이것은 분명 기존 가요의 찌질한 사랑노래도 아니며 개그맨들이 음반을 발표할 때 단지 자신의 유행어만을 버무려 음반을 발표했던 것과도 차별화 되는 것이다.

이는 유세윤이 개그콘서트에서 닥터피쉬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신변잡기적인 관찰력을 운율적인 가사로 승화시켰던 개그가 이번에 뮤지션 '뮤지'와 만나 알파라이징 되어 빛을 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가 단지 극 또는 연기 전공자가 아닌 방송극작과출신으로서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박대기송 가사中]  

다만 내가 지금 우려하는 것은 친한 형 같아서 우려하는 것은. 첫번째로 스타된거 으시대지마. 두번째로 우산쓰고 눈피하지마.
세번째로 프리랜서 발표하지마. 마지막은 절대로 개명하지마.대기대기대기 박대기~

 



3. 결코 꿀리지 않는 음악
뮤직비디오나 가사가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음악적인 면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이는 아무래도 [하이사이드] 출신 뮤지의 음악적인 능력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아직 뮤지의 음악성에 대하여 알려진 바는 없지만 [UV] 를 계기로 갑작스럽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뮤지션이 되버렸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는 비록 세련되진 않았지만 힙합과 소울의 느낌을 심플한 구성으로 잘 살렸다는 대체적 평이다. 

한 네티즌의 말이 참 인상적이다
.  웃자고 만든 노래가 죽자고 만든 노래보다 낫네.
 

 

유세윤은 그 누구보다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건방진 입담 그리고 몸 개그 텔링으로 비방용과 방송용의 미묘한 경계선에서 아주 영리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오며 활동반경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특히나 방송활동과 더불어 개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이번 디지털 앨범까지 직접 만들어 자신의 끼를 펼치는 모습에서 그의 성공가도가 단지 천부적인 능력에만 있는 것이 아닌 어느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행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도 그의 음반 준비를 알지도 못했고 알았더라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컴백하는 대형 스타들에게 모든 매스컴의 눈이 집중되있던 시기, 그는 당돌하게 UV의 데뷔곡을 '미니홈피' 를 통해 공개했다. 방송 활동 No, 홍보/마케팅 비용 No, 친한 동료들의 도움으로 탄생한 뮤직비디오의 제작비 또한 No, 하지만 반응은 대~박! 컴백을 위해 수억을 쏟아부은 월드스타와 여신에게는 참 힘빠지는 일이 아닐수 없을 것이다. 

대형 스타들이 그들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을 때 [UV] 는 이별 후 쿨하지 못한 찌질한 행동 양식을 담은 노래 또는 폭설로 인해 네티즌이 만들어 낸 스타 [박대기 기자] 를 위한 노래 등 우리가 함께 보고, 듣고,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꼬집어 내어 음악으로 소통했다. 대중이 원하는  부른 이들의 음악이 더욱 짜릿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유세윤을 위해
[박대기 송]을 빌어 옆집 바보 형을 바라보는 애정어린 시선을 담아 몇 자 끄적거려 본다.

[유세윤 송]
다만 내가 지금 우려하는 것은, 동네 바보 형 같아서 우려하는 것은,
첫번째로 음악뜬거 으시대지마
!
두번째로 술마시고 운전하지마! 세번째로 할머니랑 이혼하지마! 마지막은 나중에 정치하지마! 지금 모습처럼 내 사랑 유세윤으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