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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_log

무한도전, 예능을 대표해 스스로 법정에 서다


2010년 2
20일자 방송된
MBC 무한도전 은 무한도전 멤버들을 모의 법정에 올렸다. 법정에 오르게 된 사건은 무한도전 멤버 의 방뇨 사건. 지난 2009 8, 제주도 여행에서 길이 술에 취해 숙소에서 자다가 방안에 방뇨를 했다는 제보를 김태호PD를 통해 전해들은 유재석이 방송을 통해 폭로 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길은 자신의 명예가 심하게 훼손되어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유재석을 고소했다. 피고가 된 유재석은 '당시 예능 신입생이었던 길에게 손해가 아닌 관심을 불러 일으키자는 긍정적인 의도' 였다며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오히려 명예가 훼손됐다.' 라고 반박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그려지는 모의 법정이기 때문에
방뇨 란 가벼운 소재로써 중간중간 즐거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분명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오던 개그 콘서트 형식의 대본 연기 법정 개그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먼저 현직 변호사에게 직접 변호를 의뢰하여 진행했다
.
최단비 변호사가 원고측() 변호를, 장진영 변호사가 피고측(유재석) 변호를 맡았다. 이 두 현직 변호사들이 의뢰인의 주장 속에서 포인트를 집어내 승리를 위한 프레임을 잡아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특히 장진영 변호사의 논리적이며 촌철살인적 심문은 시청자들의 간담까지도 서늘케 했다. 

 

장진영 : 피고가 원고에게 오줌싸개 라고 방송에서 공개하기 전에 원고 자신이 이 사건과 유사한 행위를 과거에 했었다라고 직접 말한 적이 있죠?

길성준 : 방송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 했었죠.

장진영 : 스스로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죠?

길성준 : 예.

장진영 : 그럼 '오줌싸개' 이미지는 누가 만든 것입니까?

 

반면 최단비 변호사는 피고 유재석을 심문하면서 유재석의 재치있는 답변에 그만 할 말을 잃고 웃음을 터트렸다.

 

최단비 : '오줌싸개' 라는 별명이 이미지에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유재석 : 예능 초보인 길이를 위해서였고, 학창시절에 그런 친구들 한 두명씩 있지 않습니까?

최단비 : 그럼 그 '오줌싸개' 친구와 친해지고 싶었나요?

유재석 : ... 그 '오줌싸개' 중 한 명이 접니다.


변호사의 심문 의지를 꺾는 국민
MC 유재석의 영특한 화법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답변에 말문을 잇지 못하는 최변호사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또 한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변호사로써 프로다운 모습이 아쉽긴 했으나 그러한 인간적인 모습과 아름다운 미모는 방송계의 스타 변호사 탄생을 예고했다.

 
사실 유재석이 피고로 앉아있긴 했으나 이 문제는 단지 유재석의 문제만이 아닌 무한도전의 김태호PD 그리고 무한도전 프로그램 자체가 피고로 앉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며 더 크게는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대표해 피고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방송에 얼굴 내밀지 않기로 유명한 김태호PD가 직접 증인으로 출연한 것도 그의 책임을 다하려 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라. 출연한 연예인들은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해야 방송에 1초라도 더 나올 수 있고 더 은밀할수록 이슈거리가 되어 적잖은 마케팅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생태계다. 하지만 그것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공개 된 경우들 또한 종종 볼 수 있다. 그것이 내용상 큰 재미를 주었다면 PD 입장에서도 편집하기 아쉬울 것이고 해당 연예인 역시 신인이라면 편집을 요구하기 힘든 건 뻔한 일이다. 그렇게 어영부영 방송은 전파를 타게 되고 이후 사생활이 폭로된 연예인의 이슈화로 방송 시청률 또한 따라 올라가지만 그 연예인은 사적인 관계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곤혹을 치르게 되는 경우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무한도전의 이번 모의법정 공방은 사생활 까발리기' 를 적극 권유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너무나 무감각해진 우리의 현실을  한번쯤 되돌아보게 한다.

 

법은 인간을 위해 있다. 방송 역시 인간을 위해 있다. 시청자는 인간이다. 연예인 역시 인간이다. 곧 시청자와 연예인 모두를 위한 방송과 법이 존재해야 하는 게 당연한 진리다.

 

물론 죄와 길 편이 끝나지 않아 아직 사건의 진실을 알 수 없고 또 다른 반전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의 프로그램을 스스로 법정이란 도마위에 올려놓고 자성해보려는 무한도전 제작진들의 용기와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