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LAY_log

당당하게 즐기는 삼촌팬이 사랑스럽다.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

키사라기 미키짱?

일본어로 된 제목이 입에 쉽게 달라붙지는 않는다. [키사라기 미키짱] 제목의 의미는 사람 이름(극에서의 여가수 이름)키사라기 미키 + 짱(일본에서 가까운 사이에서 쓰이는 애칭)으로 극 중 의문의 죽음을 당한 여가수의 이름을 지칭한다. 제목에서부터 뭔가 ‘오타쿠’ 스런 냄새가 느껴지는가?


극 중 '키사라미 미키' 는 다섯 삼촌팬의 추앙을 받는 여자 연예인, 하지만 그녀가 갑작스런 의문의자살을 하게 되고, 온라인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던 다섯 아저씨들은 1주기 추도식을 갖고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갖게 된다. 모임 중 키사라기 미키가 자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단지 키사라기 미키를 좋아하는 오타쿠인 줄로만 알았던 다섯 삼촌팬들의 정체가 하나 둘 밝혀지게 되는데...


2003년 일본에서 초연, 연극으로 무대화 된 [키사라기 미키짱] 은 섹시 아이돌 가수 ‘키사라기 미키’ 에 열광하는 오타쿠 삼촌팬이라는 소재로 큰 호응을 일으키며 2007년에는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 2009년과 2010년에는 일본과 미국 LA에서 앵콜 무대를 통해 다시 오를 만큼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지난 2008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로 먼저 소개되어 국내에 상당한 마니아층을 확보했고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영화관객들의 폭발적 호응과 더불어 ‘한국에서 연극으로 한번 만들어졌으면 하는 영화’ 로 뽑히기도 했다고. 일본 특유의 오타쿠 문화를 대중적인 소재로 경쾌하게 풀어낸 흥미로운 코미디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 ‘오타쿠’ 란 소재가 어떻게 한국화 되어 국내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라면]을 연출했던 이야기꾼 ‘이해제’ 감독만의 [키사라기 미키짱] 이 기대된다.
 

모델 김남진, '오타쿠 삼촌팬' 으로 연극무대 데뷔

강렬한 이미지로 모델과 연기를 병행하던 김남진이 3년간의 공백을 깨고 [키사라기 미키짱] 을 통해 연극무대에 데뷔한다. 2008년 MBC 드라마 [흔들리지마] 이후 이 연극을 복귀작으로 택한 만큼 연기 변신을 꾀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진다. 그간 그의 외모에서부터 풍기는 멋지고 세련된 ‘간지나는 오빠’ 역할이 아닌 ‘오타쿠 삼촌, 김남진’ 의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그가 맡은 배역은 ‘이에모토’. 키사라기 미키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그녀에 관한 모든 자료를 스크랩한 퍼펙트 콜렉션이 최고의 보물이며 3년간 200통에 달하는 팬레터를 보낸 열성팬 역할이다. 스팟 영상 또는 공연에서 보여주는 그의 오타쿠 댄스(미키짱 댄스)는 아직 어색하고 조금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삼촌팬은 찌찔하다’ 라는 선입견을 타파하는 ‘잘 빠진 삼촌팬’ 이 탄생했다. ‘이에모토’ 역에는 배우 김 한 또한 더블캐스팅 되어 연기대결을 펼친다.

이 외에도 음흉한 오타쿠 ‘딸기소녀(이치고무스메)’ 역에는 염동헌, 김병춘 배우, 살벌 오타쿠 ‘키무라 타쿠아’ 역에는 김원해, 이철민 배우, 노센스 오타쿠 ‘야스오’ 역에 윤상호, 최재섭 배우, 명랑 오타쿠 ‘스네이크’ 역에는 김민규, 박정민 배우 이렇게 총 10명의 개성파 삼촌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키사라기 미키를 향한 최강 오타쿠 삼촌팬을 연기한다. 아이돌 가수만큼이나 화려하지 않지만 30~40대 다섯 삼촌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다이나믹한 연기가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삼촌팬, 이제는 당당하게 즐기자!

열정적인 팬들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가수들. 아이돌 가수들의 평균 연령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 팬들의 연령층은 다양해지면서 ‘동방신기’ 의 누나팬, ‘원더걸스’의 오빠팬’, ‘2PM’의 이모팬, ‘소녀시대’ 와 ‘아이유’ 의 삼촌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초기에는 이러한 현상들이 세간의 눈살을 지푸리기도 했지만 매우 개인적인 특성이 강한 일본의 오타쿠 문화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체계화되고 조직화된 팬덤으로 자리잡았다. [키사라기 미키짱] 은 그 중 삼촌팬 집단의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열정에 포인트를 맞춰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삭막해져 가는 사회 속에서 서로 다른 곳, 다른 직업 군에 속한 아저씨들이 한 명의 여자 연예인으로 뭉쳐 그들의 삶과 고민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은 어쩌면 개인화 되어가는 이 시대에 나 혼자가 아닌 다 함께 살아가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 아닐 런지. 오히려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즐기는 모습이 더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삼촌팬, 이제는 당당하게 즐기자!

짜릿한 반전이 매력적인 연극

일본어로 된 등장인물, ‘삼촌팬’ 이라는 오타쿠 소재가 연극을 보기 전에는 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정서에 맞추어 각색된 스토리 텔링과 배우들의 연기는 2시간이라는 시간을 몰입하게 만든다. 약간 루즈해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만큼 세심하고 아기자기한 연기를 잘 표현해내려 애쓴다. 스펙터클하지 않아도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순간, 배우들의 호흡과 관객들의 탄성을 동시에 느끼는 재미가 짜릿한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 



8등신 배우 김남진의 우월한 팔 다리가가 무대를 휘젓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고 싶다면. 또는 당신이 걸그룹의 열렬한 삼촌팬(아마도 대다수의 30대 남성?)이라면, [키사라기 미키짱] 무대를 놓치지 말고 즐기길 바란다.

여배우가 단 한 명도 안 나오는 은밀한(?) 삼촌들의 이야기,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남성과 여성 관객 중 어느 쪽의 만족도가 더 높을까?

2011년 6월 9일 ~ 8월 7일까지,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
자료협조 : CJ E&M

'PLAY_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쇼케이스 현장!  (0) 2010.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