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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기에 가능했던 프로레슬링 특집 WM7

걱정이 앞섰던 프로레슬링 특집, WM7



연습 초창기 방송을 보며 우왕좌왕 하는 멤버들의 모습에 그저 프로레스링 '코스프레' 정도 되겠구나 여겨지면서, 그런데 이런 걸 무슨 10주 동안이나 방송하겠다는 건지 걱정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물론 80년대 유년시절을 보낸 나에게 프로레슬링을 다시 꺼내어 이야기한다는 것이 반갑기도 했지만 현재 예능의 소재로써는 트렌드에 뒤떨어져 보였다. 특히 전문 프로레슬러가 선수가 아닌 체리필터의 드러머 손스타를 스승으로 영입하여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가는 과정은 꼭 저렇게까지 해야만 되나 라는 안타까움과 함께 제작진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더군다나 연습장면 방송에서 제대로 된 의료진들 또한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는 시청자들에게도 제작진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도장이나 체육관에 응급 의료진을 대기시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군다나 비인기종목이 되어버린 프로레슬링을 시도하면서 너무 설치지 않는 범위, 최대한의 리얼리티를 살리려 했던 제작진과 출연진간의 합의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WM7, 빛났던 팀워크와 프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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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결국 대회 당일, 링위에 서게 된 무도 멤버들과 손스타. 시작 직전 밀려오는 긴장에 대한 압박과 피로에 정준하는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급히 응급실로 실려가게 되지만 대강의 치료만 받고 경기를 강행했다. 예매 시작 47초만에 매진된 4000여석 자리를 꽉 채운 관객들은 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거구 준하의 파워에 열렬한 환호를 보내 주었고 정준하 역시 그런 관중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링 위에 기꺼이 내던졌다. 연습 때 뇌진탕 증세를 보였던 정형돈 역시 첫 경기 후 휴식시간 구토와 함께 극심한 체력저하를 보였지만 곧 다시 링위에 올라 누구보다 힘들었을 기술을 받아주는본인의 역할에 최선을 다 해냈다. 손스타 역시 연습 중 갈비뼈에 금이가는 부상을 꾹 참고 링위에서 거침없이 구르고 날아다녔다. 1년간 함께 연습했던 동료들에게 자신 때문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자신을 맡겼다.


관중이면서 또한 시청자로써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관중, 시청자라는 존재가 참으로 영악한 존재로구나. 그들의 모습에 환호하고 열광하는 사이 그들은 우리 몰래 서로가 서로에게 계속 괜찮아?” 를 묻고 있었다.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 줄께요 연기와 노래, 코미디까지 다해 줄께요.” 경기장에 울려 퍼진 싸이의 노래처럼 그들은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한도전 그리고 예능의 역사를 다시 쓴 WM7

 

보다 가혹한 격투기 스포츠가 부상하면서 짜고 치는프로레슬링은 어느새 점점 잊혀져 갔다. 하지만 짜고 치기위해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스포츠가 바로 이 프로레슬링임을 깨닫게 해준 무한도전의 WM7. 기대 이상으로 잘 짜여진 그들의 경기를 보며 경기장에 있던 관중들은 더 해주길 바랐고 선수들은 이에 최선을 다해 보답했으며 경기 뒷모습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이제 그만 해 주길 바랐다.
 


사실 WM7 1년간 진행되면서 몇몇 문제가 대두되었다. 현역 레슬링 선수, 협회와의 마찰이 있었고 연습 중 자칫 출연자에게 위험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들이 노출 되기도 했다. (특히 예능이 점점 독해지면서 출연자들에게 행해지는 가학성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최근 러닝맨에서 보여준 빨래집게 줄다리기 게임이나 뜨거운 차 빨리 마시기 등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노출 될수록 무한도전 제작진과 멤버들은 더욱 똘똘 뭉쳐 난관을 해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결국 최고보다 더 빛난 최선의 모습으로 논란들을 잠재웠다. 


이렇게까지 목숨까지 건 도전을 해내며 재미와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멤버들 서로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쌓아온 무한도전 뿐이리라. 즉 어떠한 도전이라도 멋지게 만들어 낼 거라는 제작진에 대한 믿음, 어떠한 도전을 던져줘도 해낼 수 있을 거란 출연진에 대한 믿음 그리고 무한도전이라면 재미있을 것이다 라고 믿는 시청자들의 믿음이 모여 결국 또 하나의 예능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시청자로써 그리고 팬으로써 이정도 고생했으면 됐다고 이렇게까지 또 안 해도 된다고, 예능인으로서 투철한 프로의식을 보여주며 프로페셔널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그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더 힘들고 독한 거 해! 이런 거 할 날도 얼마 안 남았어!” - 경기가 끝난 후 뒷풀이 자리에서 유재석.